차를 운전하려고 하는데 어디가 찌그러져 있거나 도장이 벗겨져 있다면 무척 속상합니다. 소위 물피도주를 당한 것인데요. 이런 상황을 겪게 되면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이내 인간에 대한 배신감이 들기 마련입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난 후에는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고민스러운데요. 물피도주를 당했을 때 신고 방법과 처벌 수위, 차 수리비를 포함한 합의금 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1. 물피도주란?
물피도주란 법률용어는 아니며 사람이 타지 않은 채 주차된 차에 사고를 낸 후 사후 처리 없이 몰래 도망가는 행위를 말합니다. 뺑소니와 비슷한 의미이지만, 통상 인명 피해 없이 차량만 훼손한 경우에 물피도주란 용어를 사용합니다.
원칙적으로 말해서, 차주가 없는 차량을 훼손하는 사고를 일으켰다면 차량에 남겨진 전화번호로 차주에게 연락해야 합니다. 만일 남겨진 전화번호가 없거나 연락이 안 된다면 112로 전화하여 경찰에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요(도로교통법 제54조 2항).
그런데 이 같은 의무를 저버리고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몰래 도망가는 것을 물피도주라고 합니다.
2. 물피도주 신고 방법
물피도주를 인지했다면 일단 112에 신고하여 안내받기를 권합니다. 그러고 나서 최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해야 합니다.
1) 차량의 손상된 부위를 사진으로 기록
2) 본인 차량, 앞 차량이나 근처 차량의 블랙박스,
3) 아파트 등의 CCTV
4) 인근 가게 등의 CCTV
5) 도로, 방범용 CCTV
사고 부위를 찍을 때는 사고 부위를 다양한 각도에서 자세하게 촬영하는 것은 물론, 차량 전체와 근처 상황까지 나올 수 있도록 찍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 차량의 블랙박스를 먼저 확보하여 사고일시를 특정할 수 있으면 근처 차량의 차주에게 연락해서 동일 시간대의 블랙박스를 확보합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딩 등의 CCTV는 경찰과 대동하지 않으면 보여주지 않습니다. 담당자에게 우선 사고를 당했으니, CCTV에 사고 장면이 녹화되어 있는지 확인만 해달라고 요청한 후 경찰과 함께 가서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근 가게나 도로에서 본인의 차를 비추고 있는 CCTV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러나 주차된 차량의 경우, 방전 때문에 주차 중에는 녹화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CCTV를 확보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렇게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면 본인의 신분증과 차량등록증, 증거 영상 등을 가지고 경찰서의 교통조사계에 가서 접수장을 작성하시면 됩니다.
3. 물피도주 처벌
물피도주 처벌은 생각보다 약합니다. 그래서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경우 차라리 나중에 벌금 내겠다는 생각으로 고의로 물피도주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법은 운전 등으로 인명을 해치고 필요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물피도주와 같이 주차된 차를 훼손하고 뺑소니친 사건에 대해서는 대략 20만 원 이하의 벌금과 벌점 15점, 구류, 과태료 처분을 받습니다. 그래서 힘들게 범인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자동차 수리비 이상의 합의금을 받기란 사실상 힘듭니다. 가해자 입장에선 차 수리비와 벌금만 내면 법적인 책임에서 해방되니까요. 그러나 가해자의 고의성이 입증되면 재물손괴죄 혐의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이마저도 ‘사고 난 줄 몰랐다’고 잡아떼면 보험으로 처리하고 벌금 10만 원 안팎으로 끝납니다. 사고로 인해 들인 노력과 시간, 비용을 생각하면 억울한 마음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4. 맺음말
주차구역이 아닌 곳 또는 이중 주차를 한 상태에서 물피도주를 당하면 나중에 가해자와 과실을 나눌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가능하면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